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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소식] 온난화 부추기는 산불..산불 부추기는 온난화
 글쓴이 : 관리자
작성일 : 2014-08-20 16:27   조회 : 19,039  
● 산불, 온난화에 미치는 영향 생각보다 훨씬 크다

산불이 발생하면 주변 지역의 하늘을 모두 가릴 정도로 막대한 양의 연기가 치솟는다. 지구온난화가 지속되면서 세계 곳곳에서 극심한 가뭄이 확산되고 있고 대형 산불 또한 증가하고 있다(Dennison et al, 2014). 지금 이 시간에도 전 세계적으로 수 백 개가 넘는 지역에서 크고 작은 불이 타오르고 있다. 아래 그림은 미 항공우주국(NASA) 위성이 포착한 특정 기간의 전 세계 산불 발생을 나타낸 것으로 적도 아프리카와 남미, 동남아 지역에서 산불이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고 동아시아와 시베리아, 유럽, 북미 등 중위도 지역에서 많은 산불이 발생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자료:NASA).

2000년 3월부터 2014년 7월까지 전 세계 월별 산불 발생 현황은 아래 NASA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클릭)

이렇게 전 세계적으로 발생한 산불이 내뿜는 연기는 어느 정도나 될까? 연기는 주로 어떤 물질로 구성돼 있을까? 세계 곳곳에서 엄청난 연기를 내뿜는데 기후에 미치는 영향은 없을까?

산불이 기후에 영향을 미치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다. 우선 산불은 타면서 이산화탄소 같은 온실가스를 내뿜기 때문에 전 지구 온실가스 순환에 직접 영향을 미치게 된다. 온실가스에 영향을 주는 만큼 기후도 변하게 된다. 두 번째는 산불이 내뿜는 뿌연 연기가 햇빛을 차단해 지구 복사 에너지 평형에 영향을 미친다. 햇빛이 차단되는 만큼 지역 기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산불이 탈 때 불완전 연소로 만들어지는 에어로졸인 검댕(그을음, soot)은 태양에너지를 흡수해 지구를 뜨겁게 만든다. 또 검댕이 내려앉아 표면이 검게 변한 눈은 햇빛을 주로 반시시키는 하얀 눈보다 빛을 많이 흡수하기 때문에 결국 지구 온도를 높이는 역할을 하게 된다. 검댕이 지구를 뜨겁게 하는 정도는 같은 양의 이산화탄소에 비해 수백~수천 배나 크다. 마지막으로 산이 불에 타 토양이 잿빛이나 검은색으로 변하게 되면 태양에너지를 흡수하는 정도가 숲으로 뒤덮여 있을 때와는 또 달라진다. 이 또한 지역적으로 복사에너지 평형에 영향을 줘서 지역 기후나 날씨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산불 발생 시 배출되는 에어로졸 양 또한 엄청나다. NASA에 따르면 지난 1997년 인도네시아 산불에서 수개월 동안 배출된 온실가스 양은 유럽전체의 자동차와 발전소에서 1년 동안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양과 비슷했다. NASA는 특히 1년 동안 열대 산림지역의 산불에서 배출되는 탄소가 2.4기가 톤에 이르는 등 전 세계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30% 정도는 산불을 비롯한 바이오매스(생물체) 연소에서 배출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연기가 햇빛을 차단해 지구를 냉각시키는 효과는 며칠에서 길어야 몇 주 정도에 불과 하지만 온실가스는 한번 배출되면 지구온난화에 미치는 영향이 수십 년 동안 지속될 수 있다.

앞으로는 특히 기후 예측을 할 때 지금보다 산불의 영향을 더욱 크게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미국 미시간기술대학과 카네기멜론대학, 로스알라모스 국립연구소 공동연구팀이 네이처 커뮤니케이션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산불이 지구온난화에 미치는 영향이 지금까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클 가능성이 높다(China et al., 2013).

산불을 비롯한 바이오매스 연소과정은 탄소질 에어로졸( carbonaceous aerosol )을 대기로 배출하는 최대 배출원 가운데 하나인데 연구팀이 지난 2011년 미국 뉴멕시코 주 Las Conchas에서 발생한 산불에서 배출된 에어로졸을 포집해 분석한 결과 타르볼(Tar ball)이 80%를 차지해 검댕(soot, 8%)보다 10배나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까지 에어로졸의 상당부분은 검댕일 것으로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것이다. 또 검댕의 경우도 거의 대부분이 불이 탈 때 나온 유기물로 코팅이 되어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배출되는 검댕의 절반인 50%는 유기물로 거의 대부분 코팅되어 있었고 34%는 일부가 유기물로 코팅되어 있었다. 유기물로 싸여 있지 않은 보통 검댕은 단 4%에 불과 했다. 12%는 검댕과 다른 입자가 섞여 있는 경우였다. 아래 그림은 4가지 종류의 검댕을 전자 현미경으로 촬영한 사진이다.

문제는 지금까지 기후를 예측하는 모형에서는 산불에서 배출되는 검댕은 단순히 유기물로 코팅이 되어 있지 않은 한 가지 검댕을 생각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생각과는 달리 실제로 산불에서 발생한 에어로졸의 80%는 검댕이 아니라 타르볼(Tar Ball)이었고 검댕 또한 유기물로 코팅이 돼 있었다는 것이다. 타르볼은 짧은 파장의 가시광선이나 자외선까지도 흡수하기 때문에 검댕에 비해 공기를 뜨겁게 하는 효과가 훨씬 크다. 또한 검댕 표면을 싸고 있는 유기물은 검댕에 빛을 모아주는 렌즈 역할을 하기 때문에 유기물로 코팅이 되어 있는 검댕은 유기물로 코팅되어 있지 않은 검댕보다 열을 흡수하는 양이 2배 이상이나 된다.

결국 지금까지 기후 예측 모형에서 타르볼이나 검댕의 유기물 코팅 여부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은 지금까지의 기후 시뮬레이션에서는 산불의 영향이 과소평가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앞으로 타르볼과 유기물로 코팅된 검댕을 고려할 경우 산불이 지구온난화와 기후에 미치는 영향은 지금보다 훨씬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지구온난화로 기온이 올라가고 가뭄지역이 늘어나면서 대형 산불은 앞으로 계속해서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산불은 지구온난화를 가속화시키는 엄청난 양의 온실가스와 에어로졸을 배출한다. 산불이 지구온난화를 가속화시키는 주요 연료인 것이다. 지구온난화는 산불을 부추기고 산불은 지구온난화를 부추기고 있다. 원치 않는 산불은 분명 재앙이다. 슬퍼하고 회복할 시간을 가져야겠지만 거기서 멈춰서는 안 된다. 앞으로는 한 단계 더 나아가 지구온난화까지도 생각해야 한다.

<참고문헌>

* Dennison, P.E., S.C. Brewer, J.D. Arnold, and M.A. Moritz, 2014 : Large wildfire trends in the western United States, 1984-2011, Geophys. Res. Lett. 41, 2928-2933,doi:10.1002/2014GL059576.

* China S., C. Mazzoleni, K. Gorkowski, A.-C. Aiken, M.-K. Dubey, 2013 : Morphology and mixing state of individual freshly emitted wildfire carbonaceous particles, Nature Communications, doi:10.1038/Ncomms 31222

* Finneran, M, Wildfires: A Symptom of Climate Change, NASA Langley Research Center ( http://www.nasa.gov/topics/earth/features/wildfires.html ).
안영인 기자youngin@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