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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소식] 환경기자가 체험해 본 연료소비 30% 절감 운전
 글쓴이 : 관리자
작성일 : 2014-12-24 10:49   조회 : 14,282  


천천히 가속, 브레이크 덜 쓰기, `퓨얼 컷' 활용하기가 기본

정차 중 기어 중립도 연료 25% 절감…"아빠 졸려"해야 성공

 

eco2.jpg » 8일 인천 경서동 국립환경과학원에서 열린 수도권대기환경청 주관 친환경 운전왕 선발대회에서 김정수 기자가 친환경 운전 체험 차량을 운전하고 있다. 운전석 앞에 장착된 ‘친환경 운전 안내장치(EMS)’ 화면에 차가 연료 공급이 차단된 ‘퓨얼컷’ 상태에서 시속 71㎞의 속도로 주행하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사진=환경포커스   
 
지난 8일 인천 경서동 국립환경과학원에서 수도권대기환경청 주관으로 ‘2014년 친환경 운전왕 선발대회’가 열렸다. 정해진 구간을 규정 시간 안에 가장 연료를 덜 들여, 즉 기후변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와 각종 대기오염 물질을 가장 적게 배출하며 달리는 실력을 겨루는 대회다.

 

환경부가 친환경 운전 대회를 열고 친환경 운전 캠페인을 시작한 것은 이미 7년 전이다. 꽤 시간이 흘렀지만 대다수 일반 운전자들의 참여는 여전히 저조하다는 평가다.
 

친환경 운전 컨설팅 전문업체 유카시스템 이철재 대표는 “친환경 운전을 하면 자연스럽게 안전 운전이 되고 연료 소모를 20~30% 줄일 수 있어 운수업체들에서는 매우 열심이지만 일반 운전자 사이에는 크게 확산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명색이 환경 담당 기자인 나도 친환경 운전자라고 할 순 없다. 굳이 급히 갈 일이 없을 때조차 속도를 내다 불필요하게 브레이크를 밟곤 한다. 20년 넘게 몸에 밴 운전 습관을 확실히 떨쳐낼 계기가 필요했다. 이날 대회에 친환경 운전 체험을 하러 간 이유다.

 

체험용으로 준비된 엘에프소나타 엘피지 승용차에는 엔진 안에 들어가는 연료량과 순간 연비 등을 실시간으로 나타내주는 유카시스템의 ‘친환경 운전 안내장치(EMS)’가 장착돼 있었다. 이 장치를 통해 내 운전 습관이 얼마나 ‘반환경적’인지 똑똑히 확인하고 ‘친환경 운전자’로 거듭나리라는 각오를 다지며 운전석에 앉았다.
 

시동을 걸자 친환경 운전 안내장치의 연료 주입 상태 표시 화면에 ‘3%’라는 숫자가 나타났다. 가속페달을 최대로 밟았을 때 들어가는 연료량의 3%가 엔진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는 의미다.

 

기어를 ‘주행(D)’에 놓고 평소 운전하던 대로 가속페달을 밟자 이 숫자가 ‘55%’까지 치솟으며 “급가속 중입니다”라는 경고가 나왔다.

 

동시에 화면에서 눈금이 표시된 부분의 색깔이 녹색에서 붉은색으로 확 바뀌었다. 급출발도 아니었는데 너무 예민한 반응에 당황스러웠다.
 

달리다가 브레이크를 밟으려고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자 연료 주입량이 ‘0%’로 표시됐다. 시동이 꺼진 게 아닌데 연료가 전혀 안 들어가고 있다고?

 

동승한 이 대표가 “운전자가 가속페달을 밟다가 발을 뗄 때, 엔진이 돌아가도 연료는 들어가지 않게 하는 ‘퓨얼컷’ 기능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내리막길은 물론 평지에서도 도로 상황에 따라 이 기능을 적절히 활용하면 연료 소모를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eco.jpg » 친환경 운전 요령. 자료=환경부

 

자동차의 경제속도는 시속 60~80㎞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날 친환경 운전 안내장치에 매순간 표시되는 연료 소모량과 연비 정보를 참고하며 부드럽게 가속했더니 시속 92㎞에서도 ‘친환경’ 상태를 유지하며 기준 연비를 크게 웃도는 15.6㎞의 순간 연비를 낼 수 있었다.

 

이 대표는 “연비를 높이려면 자기가 모는 차가 어느 속도에서 가장 좋은 연비가 나오는지 특성을 파악해, 어느 정도 속도를 올린 뒤 정속 운전을 해야 한다. 다리가 덜 아프고 힘이 덜 들게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방법이나 자동차의 친환경 운전이나 같은 원리”라고 말했다.
 

달리며 가속페달에서 약간만 힘을 빼거나 더해도 엔진으로 들어가는 연료량은 크게 변했다. 무신경하게 평소대로 가속페달을 누르면 바로 ‘급가속 중’이라는 경고가 날아왔다.

 

하지만 안내장치 화면의 변화에 신경을 쓰며 가속페달을 조심해서 밟으니 경고장을 받지 않고 가속하는 것도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교차로에 다가가 평소대로 브레이크를 밟아 속도를 줄이자 이번엔 “급감속 중입니다”라는 경고음이 나왔다. 비싼 연료를 태워서 끌어올린 가속력을 너무 빨리 낭비했다는 이야기다.
 

다음 교차로는 아직 멀었는데 이 대표가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보라고 했다. 멀리 보이는 교차로 신호등 불빛이 녹색에서 노란색으로 막 바뀌고 있었다.

 

차는 ‘퓨얼컷’ 상태로 정지선의 다른 차 뒤까지 150m 이상 달려갔다. 평소대로면 앞차 30~40m 뒤까지 다가가 브레이크를 밟을 때까지는 가속페달에 발을 얹고 갔을 터였다.

 

이 대표는 “평소보다 멀리 보는 것이 친환경 운전의 기본”이라며 “신호등이 바뀌어 어차피 교차로에 멈춰야 할 상황에서,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지 않고 빨리 가는 것과 느리더라도 퓨얼컷 상태로 가는 것은 연료 소모량에서 차이가 크다”고 말했다.
 

달리다가 정지했을 때 엔진으로 들어가는 연료량은 4%를 나타냈다. 기어를 ‘중립’으로 옮기면 3%로 떨어졌다. 신호 대기 중 기어를 주차 상태나 중립으로 빼놓으면 기어를 주행 상태로 유지할 때보다 연료가 25% 덜 들어간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 수 있었다.
 

eco3.jpg » 윤성규 환경부 장관이 지난 8일 인천시 서구 국립환경과학원 교통환경연구소에서 열린 '친환경운전왕선발대회'에 참석해 친환경 운전을 체험하고 있다. 사진=환경부

 

친환경 운전으로 낼 수 있는 연료 절감 효과는 얼마나 될까? 국립환경과학원을 출발해 인천 운서동 하늘문화센터를 돌아오는 왕복 38㎞ 구간에서 펼쳐진 이날 친환경 운전왕 대회 본경기 우승팀은 기준연비 12.1㎞/ℓ인 엘에프소나타 가솔린차로 총연비 19.7㎞/ℓ를 기록했다. 기준연비에 견줘 62.8%가 높은 연비다.

 

보통 운전으로는 휘발유가 3ℓ 이상 들어가는 거리를 2ℓ도 채 안 쓰고 다녀온 것이다. 주행 속도가 느렸던 것도 아니다. 이 팀 주행 시간은 54분으로 같은 모델의 차를 운전한 6개 팀 가운데 가장 짧았다.
 

“아빠 차가 너무 조용해서 졸린 것 같아.” 친환경 운전왕 대회에 다녀온 다음날 내가 모는 차 뒷좌석에 탄 아들이 한마디했다. 친환경 운전 체험 때의 감각을 되살려 운전한 것이 그런 느낌을 준 모양이다. “아빠 친환경 운전 하고 있는 거야”라고 말해줬다. 아들 녀석이 내 친환경 운전의 감시자가 돼주길 바라며.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